나의 슬픔

낙엽

장초연 2023. 3. 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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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분이 다 빠져나가고 바닥으로 떨어져 바스러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낙엽에 아무리 물을 준들, 아무리 햇볕을 쬔들 달라지는 것은 없다. 죽은 낙엽에 초록빛이 돌아오며 잎맥이 다시 살아나는 일은 현실세계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적당한 바람을 기다린다. 아니면 적당한 진동이라도. 지금 매달린 이 줄기에서 벗어나 바닥에 떨어지길. 그리고 무심코 내딛은 어느 걸음에 산산이 바스러지길 기다린다. 까맣게 말라버린 낙엽은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는다. 그저 먼지처럼 흩어질 뿐이다. 그래서 아무도 슬퍼할 필요 없어. 괜찮아. 그렇게 흩어지면 또 우주를 돌고 돌아 어느 생명으로 태어나겠지.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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