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 - 기억하는 조각들

짙은 녹색 - 23년 1월 28일(토)

장초연 2023. 1. 28. 11:57

https://unsplash.com/Photos/yXZ8PKZFrIE

 

나는 목을 매달기 위해 단단한 파이프가 천정에 고정된 장소에 서 있었다. 내 옆에는 엄마가 있었다. 내 손에는 하얀 천이 들려 있었다. 이것으로 목을 매는구나, 나는 천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엄마가 말했다. "이건 어떠니." 엄마는 짙은 녹색의 천을 내 손에 쥐어주곤, 하얀 천을 가져갔다. "네 아버지가 목을 맬 때 썼던 천이란다." 아버지가 나보다 어릴 무렵 오랜 시간을 보냈던 군복의 그것과 닮은 녹색이다. 나는 끄덕이고는 "이게 좋겠네요."라고 대답했다. 조심스럽게 천을 반으로 접고 접힌 중앙 부분을 턱 밑에서부터 묶어 올렸다. 천은 부드러웠다. 부드럽구나. 죽음도 이렇게 부드러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올라선 의자는 왼쪽으로 한번, 오른쪽으로 한번 흔들했다가 넘어뜨렸다. 언젠가 봤던 영화의 기억을 떠올리며, 마치 두세 번 해본 듯한 익숙한 움직임으로 나는 목을 매달았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깼다. 꿈이었던 걸 알아채고 나서야 한참동안 어둠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슬펐다. 나는 무엇이 슬픈 걸까. 꿈이 아니었다는 것이 슬픈지도 몰라.

'나의 꿈 - 기억하는 조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면서 - 23년 2월 18일(토)  (0) 2023.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