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2

외롭다

외롭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외롭다. 하지만 외롭다고 말할 수 없는 외로움 보단 외롭다고 말할 수 있는 외로움이 조금 더 낫기에 혼잣말이라도 해보는 거야. 외롭다. 하지만 외롭다고 말하고 싶진 않아. 그러면 더 외로워지는 것 같거든. 외로워도 안 외로운 척하는 게 조금 더 나아 보여. 안 외로운 척하면 그럴듯한 인생을 그럴듯한 수준으로 견디며 살고 있는 그럴듯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외로움을 티 내는 건 비참한 일이고 비참함은 외로운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들지. 외로움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고 외로움이 쉽게 덜해지진 않아.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끝도 없이 외로워지다 보면 비로소 완전히 외로워질 수 있어. 완전한 혼자가 되는 거지. 완전한 혼자가 된다는 건 뭘까.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나를..

나의 슬픔 2023.01.19

살고 싶지 않아

나는 살고 싶지 않다. 내가 선택해서 태어난 삶이 아닌 이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너무나 많은 힘이 든다. 때로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다. 그런게 삶이라고 나에게 말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 손가락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그러나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죽음을 떠올리면 아득하다. 가슴이 내려앉는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내가 나를 인지할 수조차 없다는 것. 소멸이라는 것은 공허하고 참담하고 슬프다. 나는 외로움은 참을 수 있지만 죽음은 참지 못할 것만 같다. 이렇게 나는 살고 싶지도 죽고 싶지도 않다. 그 중간 어디쯤에서 영원히 맴돌 것 같다.

나의 슬픔 2023.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