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외롭다.
하지만 외롭다고 말할 수 없는 외로움 보단 외롭다고 말할 수 있는 외로움이 조금 더 낫기에 혼잣말이라도 해보는 거야.
외롭다. 하지만 외롭다고 말하고 싶진 않아.
그러면 더 외로워지는 것 같거든. 외로워도 안 외로운 척하는 게 조금 더 나아 보여. 안 외로운 척하면 그럴듯한 인생을 그럴듯한 수준으로 견디며 살고 있는 그럴듯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외로움을 티 내는 건 비참한 일이고 비참함은 외로운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들지. 외로움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고 외로움이 쉽게 덜해지진 않아.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끝도 없이 외로워지다 보면 비로소 완전히 외로워질 수 있어. 완전한 혼자가 되는 거지.
완전한 혼자가 된다는 건 뭘까.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나를 알아주길 바라지 않는 거, 그런 거 아닐까. 내가 어떤 마음을 갖든, 죽든, 살든 그 누구와도 아무 관계도 없는 거야. 그런데 나는 아직 외로움의 끝에 도달하지는 못했어. 그 끝까지 가고 싶은 건지, 아니면 발버둥 치며 조금이라도 떠오르고 싶은 건지도 잘 모르겠어. 외로움의 그 어디쯤에서 나는 때때로 평온함을 느끼거든. 그런데 조금만 갸우뚱해도 마음이 산산조각 나며 부서져버리는 듯한 아픔이 올 때가 있는 거지. 이렇게나 까다로워, 외로움이란.
아니다. 이쯤 되면 까다로운 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나일 수 있겠다.
나는 또 괜히 나 아닌 다른 것에 핑계를 대고 있는 거야. 그리고 이번엔 그게 사람이 아니라 외로움이라는 감정인거지. 그래,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하다. 나 스스로를 탓하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거든. 남을 탓하지 않고 나를 상처 주는 일이 비겁하다는 거, 이제 나도 잘 알아. 그러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줘. 네가 무슨 말을 하든, 하지 않든, 난 지금 외로우니까. 그냥 여기에 이대로 두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