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위안

사랑의 모양

장초연 2023. 1. 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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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인지 골똘히 생각해 본다. 원으로부터 각을 하나씩 늘려 나간다. 원, (이각형이란 건 없으니까) 그다음은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 사랑은 어떤 모양일까. 그러고 보니 사랑의 모양이라고 쓰는 익숙한 도형이 있다. 위쪽 가운데가 콕 찍혀 파인, 마치 원뿔 두 개를 뒤집어 붙여 놓은 듯한 모양. 하트라고 부르는 그것.

 

왜 사랑은 하트 모양일까 생각해 본다. 왜 하트 모양이라고 부르는지, 사랑 모양이라고는 부르지 않는지도 생각해 본다. 하트는 그냥 심장의 영문 표현일 뿐인데. 나는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다가 인터넷에서 하트 모양의 기원을 검색할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내 관둔다. 대충 무엇으로부터 유래하여 심장의 모양이 어쩌고 저쩌고 하겠지.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나는 하트 모양의 기원보다는 내 사랑의 모양이 궁금해진다. 내 사랑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었을까, 떠올려본다. 현재로부터 가까운 과거, 먼 과거에 이르기까지. 기억이 깊게, 그리고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다. 지금에서야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중에 떳떳하게 드러내놓지 못한 마음들도 있었다. 그러나 분명 사랑이었다. 슬픈 사랑인 걸까. 하지만 사랑은 슬프다는 수식어로 훼손되지 않는다. 사랑은 사랑이다. 사랑은 사랑인 거야.

 

사랑의 모양은 중요하지 않다. 어떠한 모양이든 사랑은 사랑이다. 그리고 어떠한 모양의 사랑이든 끝이 있다. 바로 그것이 중요하다. 끝이 있는 것은 더 소중하다는 것. 세상에는 끝이 없는 것이 없기에, 세상 모든 것은 소중하다. 사랑은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다.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기에 더 소중하다. 그냥 그런 마음으로 사랑의 모양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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