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꽃을 산다. 그러나 금세 시들곤 했다. 어느 날엔가 프리지아 한 다발을 샀다. 반쯤 피어있고 반쯤은 피지 않은 봉우리였다. 플로리스트가 말했다. "줄기를 매일 잘라주시면 모든 꽃이 다 피는 걸 보실 수 있어요." 나는 의아했다. 줄기를 자르면 안좋은 거 아닐까. 꽃이 아프진 않을까. 나는 플로리스트의 말대로 매일 줄기를 잘라 줬다. 절삭력이 좋은 가위로, 사선으로 깊이, 물속에서 잘라줘야 한다고 해서 그 말을 따랐다. 생살을 자르는 것처럼 아플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눈을 질끈 감고 잘랐다. 후두둑 하고 잘린 줄기들이 떨어졌다. 남은 줄기는 깨끗한 수관이 열려 물을 더 잘 흡수했다. 프리지아는 모든 꽃을 피웠다. 아픔을 느낀 건 나 혼자만일 수도 있다. 프리지아는 더 오래 살아남았다. 나는 근거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