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슬픔

기침

장초연 2023. 2. 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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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그렇지. 그것은 갑자기 온다. 영하 30도인 걸 잊고 헛바람을 들이켤 때 폐를 찌르는 찬 기운의 고통처럼.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갑자기 그렇게 온다. 그러고 나면 끝없는 기침이 난다. 기침이 나다 피를 토한다. 그래도 기침은 멈추지 않는다. 무릎이 꺾인다. 땅에 손을 짚고 바닥에 엎드린다. 기침은 멎지 않는다. 하얀 눈이 빨갛게 물든다. 빨게 물든 눈은 다시 얼어버린다. 눈을 짚은 손이 얼어간다. 손에 느껴지는 감각은 무뎌져가는데 멎지 않는 기침 때문에 날카로운 고통은 목과 폐를 잠식하고 점점 심장에 가까워온다.

 

콜록콜록

 

나는 내장을 다 토해낼 듯 계속 기침을 한다. 피를 토해도 멈추지 않는다. 차라리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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