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슬픔

결박

장초연 2023. 2. 20.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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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멎은 뒤 관에 들어갈 때처럼, 왼손을 오른쪽 어깨 위에 올리고 오른 속으로 왼쪽 어깨를 잡는다. 나는 순순히 결박되어 침대에 눕는다. 결박되지 않으면 내가 내 목을 조를 거라고 의사가 말한다. 뭐, 죽는 것 보단 낫죠.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의사가 말한다. 결박되어 있지 않은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재갈은 물리지 않는다. 혀는 깨물지 않는다.

 

어두운 병실에서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깬다. 어떻게든 결박을 풀어보려 발버둥 치다가 침대 아래로 떨어진다. 떨어져 얼굴을 찧는다. 코뼈가 깨진 듯 저리고 아파온다. 이내 뜨거운 피가 바닥에 번진다. 몸을 돌려 바닥에 누워 회색 천장을 바라본다. 흐르는 피가 숨을 막는다. 콜록, 하는 기침 소리에 빨간 핏물 방울이 튄다. 몇 방울은 후둑, 하고 다시 얼굴에 떨어진다. 쇠 냄새, 피 냄새가 난다.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지도 않는다. 날짜를 세는 일은 잊었다. 새로 온 의사는 재갈을 물렸다. 더 이상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결박되지 않은 눈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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